테일러 '집게손 퍼팅' 우승 움켜쥐었다

입력 2024-02-12 18:11   수정 2024-02-13 00:25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 18번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달러)의 두 번째 연장전 그린에 선 닉 테일러(36·캐나다)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세워 퍼터를 잡고 신중하게 스트로크했다. 핀까지의 거리는 3.5m. 공이 직선을 그리며 홀에 빨려 들어간 순간 테일러는 퍼터를 내던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찰리 호프먼(48·미국)을 짜릿한 역전극으로 꺾고 투어 통산 4승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테일러는 이날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몰아쳐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호프먼과 연장전을 치렀고, 2차 연장전에서 먼저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컵과 우승상금 158만4000달러(약 21억원)을 품에 안았다.
‘집게손’ 장착 뒤 퍼팅 향상
세계랭킹 55위의 테일러는 캐나다의 ‘골프영웅’이다. 지난해 6월,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캐나다에서 열린 RBC캐나다오픈에서 4차까지 이어진 연장 접전 끝에 이글을 잡아내며 우승했다. 1904년 시작된 캐나다오픈에서 69년 만에 탄생한 캐나다인 챔피언이었다. 이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하면서 PGA투어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최종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호프먼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2위 테일러가 4개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3타 차이로 여유있게 앞선 채 먼저 경기를 끝냈다.

테일러의 뒷심이 불을 뿜은 것은 이때부터였다. 테일러는 마지막 4개 홀 동안 3타를 줄이며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차 연장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버디를 잡았고, 2차 연장에서는 3.5m 거리의 버디퍼트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 테일러의 가장 큰 무기는 퍼트였다. 이번 대회에서 퍼팅에서만 8.94타의 이득을 보며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그가 원래부터 퍼트에 강한 선수였던 것은 아니다. 2022년까지만 해도 그는 기복이 심한 퍼트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2021~2022 시즌 그의 퍼팅 이득타수는 -0.102타로, 투어 내 137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시우, 공동 12위로 마무리
지난해 초, 테일러는 쇼트게임 코치 가레스 라플레브스키와 손을 잡았고 ‘클로 그립(claw grip)’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세워 퍼터 그립을 움켜쥐는 방식으로, 집게 손의 모습이 새의 발톱, 갑각류의 집게발을 닮았다는 뜻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골프교습가 이가나 프로는 “오른손이 지지대 역할을 하면서 팔 자체로 스트로크하는 방식”이라며 “손목이 흔들리는 리스크를 최소화해 일정한 스트로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집게손 그립은 테일러의 약점이던 퍼팅을 강점으로 변신시켰다. 테일러는 “새로운 퍼트에 익숙해질수록 셋업이 훨씬 깔끔해지고 페이스 로테이션이 느려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는 샘 번스(28·이상 미국)와 공동 3위(18언더파 266타)로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29)가 가장 높은 공동 12위(12언더파 272타)에 올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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